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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암살자 김성민이다.

한때 잘나가는 회사의 개발자는 아니었지만 성공 직전까지 갈 뻔한, 그저 평범한 게임 개발자였다.

하지만 해외 게임 수출을 위해 중국에 출장 다녀온 이후, 아내로 부터 이혼 통보를 받았다. 나는 원치 않았지만 결국 이혼하고 말았다.




 재판부는 이혼의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하였으며, 거액의 위자료와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잠 한숨도 못자고 쉬는 날 없이 개발에 매달리다가 결실을 눈앞에 두고 뜬금없이 이혼을 당한 것이다. 위자료와 양육비를 내느라 결국 가난해졌고, 회사에서 런칭한 게임이 쫄닥 망하는 바람에 방구석을 전전하고 말았다. 아직도 양육비는 내야하는데 못내고 있다.




 다른 업체로부터 스카웃 제의가 들어올거란 희망을 가졌었지만, 현실은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여성단체와 학부모단체, 정치인들의 만행으로 인해 정상적인 게임 개발 및 운영이 불가능했다. 그 결과 게임 업체 대다수가 국내 서비스를 중단하고 해외로 이전하거나 폐업하고 말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누군가의 소개로 용병업체에 입사하게 된다.

신생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말로만 듣던 용병업체의 혹독함을 견뎌내야했다. FPS 게임 개발 직원에게 용병 업체에 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저 평범한 용병 업체인줄 알았는데, 용병 업체가 아닌 암살자를 교육하고 암살하는 기업이었다. 결국 나는 "게임 개발자 김성민"에서 "암살자 김성민"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다.


 암살 용병 업체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고객이 요청한 희생자의 집에 찾아가 그를 암살하면 된다. 일은 단순한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고객은 주로 정치인, 대기업 경영진, 소수의 부유한 반정부단체 등이며, 고객의 요청이 많지 않은 대신, 의뢰비가 상당히 크다. 우리 용병 업체 직원들은 의뢰비로 먹고 산다.



 소스 코드를 짜고 디버깅 하던 손으로 사람들을 죽이는데 쓰고 있었고,

그저 땀이랑 커피, 과자를 묻히던 손은 어느새 피와 살점이 묻게 되었다.



 ☞ 이건 무슨 글인가??


 가끔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다보면 "아 이런거 만들면 어떨까?", "이걸 소재로 만들면 재미있을텐데..." 등 여러 아이디어와 생각들이 마구 떠오릅니다. 한번 만들어봐야지 하고 시도 해놓고는 살짝 발만 들여놓고는 귀찮아서 치운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ㅠ.ㅠ;; 창착의 고통 내지 귀차니즘 ㅋㅋ


 회사에서 일마치고, 스트레스 잔뜩 받아서 방황하던 중, 구미 공단동 롯데시네마 옆에 무슨 수영장 있고 그 옆에 운동장이 있습니다. 거기서 산책을 하던 중 갑자기 "이런 암살 게임이 나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주인공이 게임 개발자였다가 암살자로 전향한 후, 남의 집에 들어가서 암살하는 거죠. 게임이 나온다면 엔딩이나 보너스 미션으로 전 부인을 암살하는 것도 넣구요. 멀티플레이로 <암살자 vs 경찰>로 나눠서 나오면 대박일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출시된다면 큰 파문이 일겠죠 ㅠ.ㅠ;;;


 하지만 인간의 상상이 곧 현실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건 불가능하고, 대신 뻘글로나마 써 봅니다.


 반응이 좋다면 시간날때마다 글을 써서 후속편도 써내려가볼까 합니다.


 참고로 소설작가도 아니고, 사상 처음으로 글을 써보는 거니, 사실성이나 퀄리티는 기대 안하고 보시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래도 재미 있으시면 추천이나 댓글 감사드립니다. ㅎㅎ




 ☞ <1> 게임은 악의 근원입니다!




"학부모, 청소년 여러분! 게임 좋아하십니까?"

"게임은 악의 근원이며 마약입니다. 수 많은 청년들을 실업자로 만들었고, 학생들이 잠을 자지 못하게 하였으며, 나아가 가정과 사회를 파탄하는 진정한 악(惡)입니다. 컴퓨터 게임을 많이하게 되면 아이들의 두뇌가 썩게 됩니다. 즉, 좀비가 된다는 것입니다. 좀비가 되면 일단 자기 부모도 못알아봅니다. 조금만 머라해도 곧바로 칼을 들고 지애미를 죽이려 든다는 것입니다. 그깟 게임 때문에 자녀를 불효자로 만들수는 없지 않습니까? 과연 이럴진대, 게임 산업을 합법화해서야 말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이 민주평화당의 강석호가 제 이름 석자를 걸고 맹세하겠습니다. 한국 교육과 자녀분들의 미래를 위해, 게임 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고, 게임업체들이 더 이상 이 땅에 발을 내딛지 못하게 만들겠습니다, 여러분~!!"


"와아아아아아~~~"

나이 있는 중년 아주머니들과 상당수 시민들이 강석호인지 뭔지하는 국회의원 후보의 연설에 감동받아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었다. 일베나 인터넷 뉴스 등 정치물 좀 접하는 사람들이나 정치에 대해서 알까... 무슨 롯데 야구도 아니고 왜 다들 정치에 환호하는지 짜장 영문을 모르겠다.




 '니미럴, 지랄 염병하고 자빠졌네...'

돌아온 백수 개발자 김성민은 혼잣말을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넥슨에서 면접을 보고는 허탈한 표정과 기분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NC소프트는 게임 산업 탄압 움직임에 부담감을 느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안그래도 NC다이노스가 결국 해체되고, '다이노스 구단을 매각하느냐 독립하느냐'를 놓고 대립이 오간다는 기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에휴... 게임 개발은 무슨... 망할 여편네가 양육비 안준다고 전화로 떽떽거려서 안그래도 머리가 꽤 아팠다.





"아, 형님! 요즘 넷마블에서 말이죠..."

곧 있음 '스페셜포스4'가 나온다는 소식에 한참 들떠있던 학교 후배가 있었다. 자칭 '밀덕후'라는 별명을 가진 놈인데, 친구가 특수부대원 출신이라고 한다. 요즘 말로만 듣던 용병업체에 자신의 친구가 입사했는데, 현재 시리아에 가서 IS 대원들 소탕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성민은 FPS를 좋아하긴 하나, 그닥 밀덕후라고 부를 만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제 친구가 시리아 가기전에 절 초대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놈이랑 같이 강원도 철원까지 갔다 왔어요"

"너 미친거 아냐 ㅋㅋㅋㅋ 나 강원도 철원가서 군복무 했는데... 다시 군입대하러 간거냐ㅋㅋㅋ"

"아, 형님. 그런건 아니구요, 용병 업체 갔는데... 캬~ 완전 쥑이던데요. 카스 (카운터 스트라이크) 에서나 보면 M16A2도 있고 AK-74, 카빈, 샷건 등등..."

"그래서... 총은 쏴봤어?"

"네. 친구가 AK-74 쏘라며 총을 주던데, 방아쇠 한방 당겼더니... 아유... 그냥 평생 소원 다 풀고 왔어요"

"야, 너 군대 안갔다왔냐? 군에서 총 안싸봤어"

"당연이 쏴봤죠. 근데, K-2 따위랑은 비교하지 마세요. 완전 개쩔어요"






 이래저래 용병업체에서 총쏜걸 자랑이랍시고 학교선배인 김성민한테 털어놓았다.

"형님, 용병 업체에서 일해볼 생각 없으세요?"

"응? 갑자기 뭔 개소리여? 내가 미쳤다고 그런데 가겠냐"

"거기 연봉이 얼만지 아세요? 약 1억 5천만원 정도 된대요. 한달에 천만원 버는 거죠. 형님 다니시던 회사 연봉이랑 한달 월급이랑 비슷한데요. ㅋㅋ"

"오~그러게ㅋㅋ 제법 쎈데... 그런데 내가 들어가고 싶어도 그쪽에 받아주겠냐"

"그런 모르는거죠 ㅋㅋㅋ"


 하여튼 황당한 헛소리 같은 헛소리를 들으며

밤 늦게 학교 후배랑 같이 술을 쳐먹었다.




 ☞ <2> 여보, 우리 이혼해!




 몇개월 전 일이다. 게임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잠시 중국으로 출장 갈 일이 생겨서 일찍 퇴근하게 되었다. 며칠만에 퇴근한건지 모르겠다. 게임 개발자가 꿈이었던 김성민은 꿈을 이루었지만, 연봉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출장비로 비행기 값이랑 교통비, 당장의 식비로 쓰게 된다면 수중에 남는 돈은 얼마 없었다. 결국 내 돈을 써야만 했다. 다행히 호텔비 및 현지 식사는 상대 업체에서 지불해주기로 했다.


"여보. 집에온지 몇시간 되었다고 벌써 짐을 싸?"

"에휴.. 그러게 말이야..."

"당신, 그동안 내가 보고싶긴 한거야?"

"응? 자기야 갑자기 왜그래...? 자기 답지 않게...?!"

"아냐. 마저 짐이나 싸고 있어. 내가 저녁 차려줄께"

"알았어"


 개발자 김성민은 현재 개발중인 3D 판타지 온라인 게임 "은빛 왕국"의 출시를 눈 앞에 두고, 중국 업체와 비즈니스 상담 및 중국 지역 서비스, 중국어 현지화 등을 고려해야되서 머리가 아팠다. 눈알이 빠지고 온몸이 녹초가 된채로 힘겹게 짐을 쌌다. 잠시 숨을 고르고 샤워한 뒤,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었다.




 이상하게도, 오랜만에 만난 부부치고는 밥 먹는 내내 아무런 말이 없었다.

김성민에게는 딸 하나가 있는데, 딸의 이름은 '김가영'이다. 가영이가 태어나는 순간에도 디버깅을 하고 소스코드를 짜느라 딸아이가 태어났는지도 모른채 지내왔다. 가영이가 어느 정도 컷을 때, 야근 도중에 걸려오는 전화로 딸과 가끔씩 대화를 주고 받았지만, 그럼에도 딸의 성장과정을 지켜보지도 못하고, 돌봐주지도 못했다. 그래서인지 좋은 아버지가 되지 못해 언제나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


 혈기왕성한 젊은 개발자, 디자이너, 사운드 디렉터 등 유능한 직원으로 구성된 "은빛 엔터테인먼트" 에서 드디어 처음으로 해외 출시를 하게 되어 다들 들떠 있었다. 중국에서 성공할 경우, 한국에서 망하더라도 당장 먹고 지내며 다음 작품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워낙에 많은 투자자를 모집했고, 몇몇 파트를 외주 업체에 줘가며, 회사 사장과 부장까지도 개발에 매달렸다. 게다가 게임 전문가들과 '게임메카' 등 몇몇 대형 게임 언론, 몇몇 매니아들 사이에서 "은빛 왕국"의 성공은 당연시 되는 분위기가 흘렀다. 이러한 큰 기대감과 기쁜 소식에도 아내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어두워져만 갔다.


"여보. 조심해서 잘 다녀와"

"응. 그래. 중국에 도착하면 연락줄께. 금방 갔다올꺼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래 알았어..."


 현관문 앞에서 가볍게 인사 한 후, 김성민은 급한마음에 캐리어 가방을 이끌고 급하게 아파트 엘리베이터로 뛰어 갔다. 그리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러자, 아내는 어딘가에 손짓을 했다. 그러자 웬 남성이 나타나서는 집안에 들어가고 말았다. 이후 그 집에서 들려온 적이 없었던 야릇하면서도 흐뭇한 웃음 소리가 이내 울려퍼졌다.








"여보~ 나 왔어~ 드디어..."

상당히 기쁜 마음으로 집에 헐레벌떡 뛰어온 김성민. 중국 출장을 끝으로 밤늦께 인천 공항에서 집까지 온 김성민을 반겨준건 식탁 위의 식칼이었다.




"여보. 우리 이혼해"

'씨발 중국가서 큰 건 하나 해놓고 왔더니 뭔 개소리여?'

중국가서 실컷 고생하고 돌아왔더니 아내가 싸늘한 표정으로 김성민을 노려보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식탁위에는 식칼이 꽂혀있었고, 옆에 이혼 서류가 놓여 있었다.


 "나, 이제 더이상 당신이랑은 더 이상 못살겠어. 당신이 그렇게 게임이 좋다고 하는데, 실컷 게임이나 만들고 다녀. 나 당신이 사무실에 쳐박에 게임이나 만들고 있을 때, 나 혼자서 가영이를 낳았고, 나 혼자서 가영이를 키웠어. 그렇다고 당신이 나에게 미역국이라도 끓여줬어? 아니면 월급이라도 많이 줬어? 이제 내년이면 애가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란 말이야. 애 학원도 못다니고 준비물도 겨우 겨우 해주고 있단 말이야 지금!


 그렇다고 애가 어떻게 커가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이대로 가면 애 제대로 키울 수 있을거 같애? 가영이는 내가 알아서 키울테니까 닥치고 양육비나 꼬박 꼬박 줘! 그렇다고 가영이 볼 생각 절대로 하지 마!"


"여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도대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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