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아이스 하키팀 창설, 잘한 일인가?
우선 저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지만, 촛불집회 3회 참여했고, 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님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정치색이 아닌 객관적인 내용,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전 아이스 하키에 대해서는 아는게 하나도 없으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말곤 딱히 챙겨보는 스포츠는 별로 없습니다.
과거에 경남FC 팬이었기에, 시민 프로축구팀이 겪어야하는 고통이 어떤지 대충이나마 알고 있습니다. 저처럼 프로 스포츠를 즐겨 보시는 분들이라면 여자 아이스하키 팀 창단이 왜 씁쓸하고 찝찝한 일인지 잘 이해하실거라고 봅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올해 2018년 초, 뜬금없이 남북 단일팀 소식을 보고 화가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그래도 2002 한일 월드컵 때 연평해전을 일으켜 우리나라 해군 장병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연평도 섬을 향해 미사일 폭격하고, 핵도발하고... 북한이 최근 몇십년간 보여준 모습은 말 안해도 아실겁니다. 남측이 남북평화를 위해 쌀도 보내고, 소도 보내고, 북한을 위해 다양한 경로로 협력했더니 핵과 미사일로 보답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설 민정수석으로 지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십년간 해외에서 칩거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모를리가 없을텐데 문재인 대통령 혼자 딴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박근혜가 망쳐놓은 평창 올림픽 불씨 살린답시고 북한한테 너무 지나치게 매달리는 형국입니다. 물론 북한을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가시키고, 서로 손잡는 모습을 보여줘야 외국인들도 올림픽 보러오고, 불안감이 해소되기에 이 부분은 오히려 당연하고 옳은 일이긴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특히 남북 단일팀 구성은 1년 전부터 손발 맞춰 준비했어도 너무 빠듯하고 힘들텐데, 한달도 아니고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단일팀 추진하는 싸이코패스 짓은 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두환 정권 내지 이명박근혜 때랑 다를바과 전혀 없습니다. FIFA였으면 "한국 느그 미쳤나? 개최국이고 나발이고 나오지마라" 하면서 출전권 박탈시켰을겁니다. IOC 바흐 총장도 그렇고 다들 미친거 같습니다. 스포츠 정신 따윈 후쿠시마 농수산물에 쌈싸먹은 듯 합니다.
단순히 북한이랑 합쳐서 반대하는게 아니라, 20일도 안되는 촉박한 일정, 손발 맞춰보지도 못한채로 출전하는 등 준비 과정 그자체가 글러먹었습니다. 한국 대표팀 감독에게 전권 준다 해놓고 북한 선수 3명 의무 출전에 북한 대표팀 감독의 남북 단일팀 합류까지... 참 가지가지합니다. 기존 선수들 출전 기회와 시간이 줄어드는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구요.
한참 남북 단일팀이다 뭐다 여론이 뜨거울 때, 뜬금없이 염태영 수원 시장이 "여자 아이스하키 팀 창단" 이란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참고로 염태영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당원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국립공원관리공단 상임감사 등의 자리를 지냈었다고 나무위키에 나와 있습니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여자 아이스하키는 여론 무마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앞서 남북 단일팀 논란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온갖 아무말 대잔치, 아니 개소리 대잔치급 발언을 보여줬습니다. 총리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서 할 소리였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습니다.
"어차피 메달권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
"(남북 단일팀에 대해)선수들로서도
'좋은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 그렇게 듣고 있습니다"
"비인기 종목인 여자 아이스하키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인기도 얻고 실업팀도 생기고 좋아질 것"
메달권 발언은 나중에 따로 사과했지만, 남북 단일팀 추진은 예정대로 강행했습니다. 남북 단일팀이 금메달 딴다고해서 아이스하키가 국민 스포츠, 인기 스포츠가 될까요? 이세돌이 알파고 이겼다고해서 바둑 인기나 열기가 부활하던가요? 김연아 선수 은퇴 이후 피겨 스케이팅이 김연아 선수의 현역 시절만큼 인기가 지금도 뜨거운지요? 한달도 안가서 금방 식습니다.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경기 보고 내 아들, 딸 아이스하키 팀에 입단 시킬만큼 생각 짧은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4년에 1번 열리는 올림픽만 반짝 보지, 평소에 전국체전, 세계선수권대회 등 크고 작은 대회들 TV로 일부는 중계해주지만 챙겨보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아이스하키 역시 올림픽이 끝나고나면 아프리카tv에서나 겨우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뜬금없이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을 추진하자, 수원시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하였습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주로 반대 목소리를 냈더군요.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도 저질렀고, 하는 꼬리지도 혐오스럽고 꼴도 보기 싫지만, 살다살다 적폐 세력들과 목소리를 같이 내야 되는게 슬픈 현실입니다.
전 수원 시민도 아니고, 수원시가 아이스하키 팀 창단하든, 배틀그라운드 팀 창단하든 저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건 남북 단일팀 구성 반대 목소리를 약화시키기 위한 무리수가 아닐거라고 믿어보겠습니다. (요즘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엄청 인기 많더군요. 해보니 재밌더군요.)
창단 자체는 찬성하지만,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나면 아이스하키팀 창단이 흐지부지 되거나 철회될 수도 있고, 설령 창단을 추진하더라도 차기 수원시장이 해체해버리거나 방치해버리면 창단 안하느니만 못한 상황이 됩니다. 실업 아이스하키팀 운영 비용 역시 수원 시민들의 세금으로 쓰이는 마당에... 그래서 씁쓸하기만 합니다.
넥센 히어로즈라는 야구팀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프로야구는 인기가 높기 때문에 여자 실업 아이스하키팀에 대한 비유를 들이대기에 부적합해보일 수도 있습니다. 한때 KBO리그가 암흑에 빠지던 시절,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하면서 7개 구단이 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현대 유니콘스를 해체 후 재창단하는 형식을 거쳐 히어로즈 야구팀이 생기게 됩니다.
당시 프로야구 구단들은 모기업의 넉넉한 지원 덕분에, 프로야구 인기가 죽어가고 자전거가 야구장 관중석을 누비고 다녀도 재정 걱정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히어로즈는 모기업이 없었고, 언제 해체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었습니다.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던 기존 주전급 선수들을 줄줄이 현금 트레이드로 내보내고, 적극적으로 스폰서 구하러다니고 고생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였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의 넥센 히어로즈가 있게 되었습니다.
우승 경험은 없지만 가을야구에도 자주 나갔고. 팀 재정은 나름 괜찮아졌습니다. 훌륭한 선수들도 많이 배출하여 KBO리그 야구팀들 사이에서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프로야구, 프로축구는 팀들도 많고 리그(League) 라는 형식, 연맹이 있으니 다행이지, 여자 아이스하키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입니다. 이번에 창단하는 수원 아이스하키팀이 유일한 팀이 되겠습니다.
당장 팀을 창단했다고 칩시다. 리그가 없으니 선수들은 어디에서 어느 팀과 어떻게 경기를 치뤄야 할까요? 남자 팀들이랑? 대학, 중고교 팀이랑? 여자 아이스하키는 중, 고교 팀조차 없기 때문에 경기 치르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남자 선수들이랑 붙는다...?? 말이야 쉽지요. 남녀간의 신체적 차이가 전혀 없다면, K리그랑 WK리그랑 통합하면 되겠네요. 프로 배구, 농구도 남녀 구단 다 통합하고...
그리고, 재정, 비용 문제가 있습니다. 수원시는 수도권 팀이니 재정도 넉넉하고, 수원 시민들이 세금 많이 내고, 잘낸다고 칩시다. 예산 아까운줄 모르고 펑펑 써도, 어차피 내 돈 아니니, 문제되면 수원 시장직 사퇴하면 그만입니다. 여자 아이스하키팀 잘못 창단했다고해서 수원시가 염태영 수원 시장의 재산을 압류할 수도 없고,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도 없으니깐요.
당장 몇년은 버티지만, 아이스하키 장비, 원정 비용, 숙소, 아이스하키팀 전담 인력... K리그 도민, 시민 구단들조차 해체한다 안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준표 자유당 대표도 경남도지사 시절 경남FC가 K리그 챌린지 (2부리그)로 강등 당하자 경남FC 해체를 선언하여 K리그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해체는 면했구요. 수원 여자 아이스하키팀도 재정 문제 해결 못하면 해체되지 않으리라 장담 절대 못합니다.
일단 수원에 아이스하키 경기장이 없으니 경기장을 지어야겠지요. 2020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짓는다고 합니다. 얼마가 들어갈지, 실컷 큰돈주고 지어놓고 흉물로 방치하고 청소도 안하고 개판으로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고척돔도 사실 아마추어 야구장을 짓다가 오세훈 당시 서울 시장이 뜬금없이 돔구장으로 설계 변경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놓고 안짓느니만 못한 어설픈 돔구장이 된 것입니다. 비 오는 날 돔구장에서 빗물이 줄줄 새고...
즉,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에 구체적인 계획이나 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니 재정이 바닥이라느니 말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경기장이 존재했으면 모를까...
이왕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새로 짓는 김에 기존 쓰레기 경기장들처럼 짓지 맙시다. 아이스하키 전문가와 선수, 아이스하키 팬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에서 경기장을 지읍시다. 오늘날 프로야구 검정색 그물망도 NC 다이노스가 최초로 도입했고, 대다수 프로야구 경기장에 테이블석, 응원석, 바베큐석 등등 다양한 좌석을 설치하여 관람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아이스하키 경기장도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고려해서, 경기장에 오고 싶게 만들어야 됩니다. 초록색 딱딱한 의자만 대충 쫙 깔아놓는 순간 창단하기도 전에 '해체길로 가즈아~' 모드가 될거 뻔합니다.
실업 아이스하키 팀이라고해서 아예 손놓고 수원 시민들이 낸 세금에 의존해야할까요?? 관련 법규상 문제가 안된다면 네이밍 스폰서, 인터넷 TV 생중계 등을 통해 여자 아이스하키 팀 경기를 보고 싶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여자 스포츠만 해도 여자 프로 농구, 배구가 메인인데, 프로 농구, 배구 시장을 뚫고 틈새 시장에 들어가야되는 큰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수원 여자 아이스하키 팀 창단이라는 무리수를 뒀기에, 되려 국민들을 놀리는거 같고, 과연 정말로 창단하는게 맞는지, 정말 창단하면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한때 K리그 경남FC팬이었던 사람으로서, 시민 구단이 매년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시민 구단의 설움을 잠시나마 팬으로서 맛보았기에 실업 아이스하키팀 창단 역시 우려가 안될 수 없습니다.
이왕 여자 실업 아이스하키 팀 창단하는 김에, 기존 실업팀 운영하듯 운영하지말고, 프로팀 운영한다는 생각으로 넥센 히어로즈 측의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한번 잘 해보시길 바랍니다. 안그래도 문재인 정부와 IOC의 농간에 당한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또 상처를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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